■ 역설적이지만 약속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는 수많은 약속을 한다. 그리고 그 약속들의 대부분을 지킨다.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지킬 의사 없이 하는 거짓약속도 있고, 더러는 지키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는 약속도 있다. 일반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 그러한 약속위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메주라는 것이 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는 거덜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약속의 중심에 채권각칙이 있다. 로마법의 대원칙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에 대한 고사성어에 尾生之信이 있다. 미생지신이란 2,500여 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노나라에서 미생이라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인 다리 밑에서 그녀를 기다리다가 홍수에 떠내려가 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미생이 얼마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려 했느냐를 칭찬하는 고사로, 공자는 미생의 신의를 최고의 경지라고 칭찬하였다고 한다.
蘇秦이란 자는 燕나라의 왕에게 미생지신의 충성을 바치겠다고 약속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그리하여 소진은 외교책략인 합종연횡정책을 펴 혼란의 와중에서 약소국인 연나라를 지킴으로써 왕에게 충성하였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신의를 내세운 소진은 신의를 저버리고 경우에 따라 변신하는 합종연횡의 정책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공자와 대립각을 세웠던 춘추시대 宋나라 철학자 莊子는 미생지신에 대해 미생을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에 비유하며 어리석은 자라고 비판하였다. 미생처럼 무의미한 원칙론에 얽매여 소중한 목숨을 버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공자의 信義觀을 교조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현상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해석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기에 약속의 지킴 여부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인지, 아니면 지키지 않아야 할 것인지를 공부하는 것이 채권각칙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저서 “민법강의”를 분설하여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칙을 출간한 이후, 이번에 “채권각칙”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미 친족상속법을 출간하였으니 민법 관련 다섯 권의 저서를 완간한 것이다. 채권각칙도 초학자에게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실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매매, 임대차 등 의 계약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그나마 공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민법분야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어렵기는 다른 분야와 다를 바 없다고 할 것이다. 까닭에 본 저자는 이전의 다른 교재처럼 스스로 배우는 초학자들이 쉽게 채권각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쉬운 문체와 형식을 갖추면서 내용도 알차게 편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채권총칙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학분야이다. 소유하고, 사고 팔고, 빌리고 빌려주는 등 모든 생활관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를 규율한다. 채권각칙을 안다는 것은 인체의 핏줄을 아는 것이고, 도시의 골목길을 아는 것이고, 산속의 오솔길을 아는 격이다. 채권각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로를 질주하면서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나그네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채권각칙을 공부하는 이들이 보다 심도 깊게 공부에 임해주기 바란다. 그리하여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잘못된 법해석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채권총칙에서도 밝혔듯이 채권법은 결국 사람을 지배하는 법이기 때문에, 채권법을 공부하는 분들은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저자로서는 최선을 다하여 집필하였다. 예전에 사법고시를 공부한 경험, 변호사로서 실무에서 법을 적용해온 경험, 교수로서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들을 모아 이 책을 출간하였는바, 아마 다른 분이 저술한 채권각칙보다는 공부하기에 편리한 점이 많으리라고 자평한다.
2010. 3. 하늘꽃서실에서 지은이
ㅣ 차 례 ㅣ
제 1장 총 설
제 1절 債權의 發生原因 3
Ⅰ. 債權의 發生原因의 區分 3
Ⅱ. 法律行爲에 의한 債權의 發生 3
1. 單獨行爲에 의한 채권의 성립 3 / 2. 契約에 의한 채권의 성립 5 / 3. 合同行爲에 의한 채권의 성립 5
Ⅲ. 法律의 規定에 의한 債權의 發生 6
제 2절 債權各則 槪觀 7
Ⅰ. 契 約 7: 1. 계약법 총칙과 계약법 각칙 7 / 2. 전형계약 8
Ⅱ. 事務管理 9
Ⅲ. 不當利得 9
Ⅳ. 不法行爲 9
제 2장 계약 총칙
제 1절 契約 一般 13
Ⅰ. 契約의 意義 및 作用 13: 1. 계약의 의의 13 / 2. 채권계약의 성립 14 / 3. 계약의 사회적 작용 15
Ⅱ. 契約의 自由와 그 限界 16
1. 계약자유원칙의 의의 16 / 2. 계약의 구속력의 근거 16 / 3. 계약자유의 내용 17 / 4. 계약자유원칙에 대한 제한 17
Ⅲ. 契約의 種類 22
1. 전형계약·비전형계약 22 / 2. 쌍무계약·편무계약 25 / 3. 유상계약·무상계약 27 / 4. 낙성계약·요물계약 29 / 5. 요식계약· 불요식계약 29 / 6. 계속적 계약·일시적 계약 29 / 7. 예약·본계약 32 / 8. 생전계약·사인계약 33 / 9. 유인계약·무인계약 34
Ⅳ. 契約法의 特質 35: 1. 임의법규성 35 / 2. 합리성의 지배 35 / 3. 신의칙의 지배 35
제 2절 契約의 成立 36
제 1관 總 說 36
Ⅰ. 契約의 共通成立要件 36: 1. 합 의 36 / 2. 불합의와 착오 37
Ⅱ. 契約 成立의 形態 40
제 2관 請約과 承諾에 의한 契約의 成立 40
Ⅰ. 請約에 대한 承諾 40: 1. 청 약 40 / 2. 승 낙 47
Ⅱ. 交叉請約 54: 1. 교차청약의 의의 54 / 2. 교차청약의 계약 성립시기 55
Ⅲ. 意思實現 55: 1. 의사실현의 의의 55 / 2. 법적 성질 56 / 3. 요 건 57 / 4. 효 과 58
Ⅳ. 契約의 競爭締結 58: 1. 의 의 58 / 2. 종 류 58 / 3. 법률효과 60
Ⅴ. 事實的 契約理論과 自動化된 意思表示 60: 1. 사실적 계약이론 60 / 2. 自動化된 意思表示 62
제 3관 約款에 의한 契約의 成立 63
Ⅰ. 總 說 63: 1. 약관의 의의 및 작용 63 / 2. 입법을 통한 약관의 규제 64
Ⅱ. 約款規制法의 性格 66: 1. 법적 성격 66 / 2. 적용범위 67 / 3. 약관규제법의 주요내용 70
제 4관 契約締結上의 過失 92
Ⅰ. 總 說 92
Ⅱ. 契約締結上 過失責任 93: 1. 서 설 94 / 2. 의의 및 성질 94 / 3. 요건 및 효과 97
Ⅲ. 그 밖의 契約締結上 過失論 102
1. 준비단계에 있어서의 계약체결상의 과실 102 / 2.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경우의 締約上의 過失 105 / 3. 계약이 무효·취소된 경우의 계약체결상의 과실 107 / 4. 판례의 태도 109 / 5. 입법론적 검토 111
제 3절 契約의 效力 115
제 1관 序 說 115
Ⅰ. 契約의 效力 一般 115
1. 계약의 성립 및 효력 115 / 2. 계약의 본질적 효력(구속력) 116 / 3. 계약의 제3자 보호효력 117
Ⅱ. 契約의 效力에 관한 民法의 規定 118: 1. 계약 총칙 118 / 2. 계약 각칙 119
제 2관 雙務契約의 效力 119
Ⅰ. 雙務契約의 特質(牽連性) 119: 1. 서 설 119 / 2. 牽蓮性의 구체적 모습 119
Ⅱ. 同時履行의 抗辯權 120
1. 동시이행항변권의 의의 120 / 2. 법적 성격 121 / 3. 성립요건 122 / 4. 효 력 131 / 5. 非雙務契約에서 동시이행의 항변권 인정 여부 133
Ⅲ. 危險負擔 136
1. 위험부담의 의의 136 / 2. 채무자위험부담주의 138 / 3.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급부불능 144
제 3관 제3자를 위한 契約 147
Ⅰ. 總 說 147: 1.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의의 147 / 2. 제3자를 위한 계약과 구별되는 제도 148
Ⅱ. 成立要件 151: 1. 일반요건 151 / 2. 제3자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종류 152
Ⅲ.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효력 153
1. 내부적 효력 153 / 2. 제3자에 대한 효력 155 / 3. 채권자(要約者)에 대한 효력 159 / 4. 채무자(諾約者)에 대한 효력 161
제 4절 契約의 解除와 解止 162
제 1관 總 說 162
Ⅰ. 契約의 解除와 解止의 一般論 162: 1. 계약의 해제 162 / 2. 계약의 해지 163
Ⅱ. 民法의 規定 163: 1. 계약의 해제 163 / 2. 계약의 해지 164 / 3. 外國의 立法例 164
제 2관 契約의 解除 165
제 1항 契約解除 一般 165
Ⅰ. 解除와 解除權 165: 1. 해제의 의의 165
Ⅱ. 解除할 수 있는 契約의 範圍 167
1. 법정해제권의 대상 계약 167 / 2. 약정해제권의 대상 계약 169
Ⅲ. 解除와 구별되는 槪念 169: 1. 해제계약(합의해제) 169 / 2. 실권약관 171
제 2항 法定解除權 174
Ⅰ. 解除權의 發生 174
1. 이행지체 174 / 2. 이행불능 182 / 3. 불완전이행 184 / 4. 채권자지체 186 / 5.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권 187 / 6. 부수의무의 위반과 해제권 189
Ⅱ. 解除權의 行使 191: 1. 해제권의 행사 191 / 2. 해제권의 불가분성 192
Ⅲ. 解除의 效果 193
1. 해제의 효과 일반 194 / 2. 해제의 효과에 대한 학설 194 / 3. 해제의 구체적 효과 199
Ⅳ. 解除權의 消滅 216: 1. 일반적 소멸원인 216 / 2. 해제권에 특수한 소멸원인 217
제 3항 約定解除權 219
Ⅰ. 약정해제권의 發生 219: 1. 약정해제권의
■ 오 시 영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숭실대학교 법학연구소 소장,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변호사, 시인, 소설가, 민사법학회 부회장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대한변호사협회 사업이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사법평가위원
한국시인협회 감사, 현대시학회 회장,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자문위원, 사법고시 출제위원, (사)한국환경운동중앙회 부회장
【 주요 저서 】
민법강의(학현사), 민법총칙(학현사), 물권법(학현사), 채권총칙(학현사), 채권각칙(학현사), 친족상속법(학현사), 민사소송법(학현사), 민사집행법(학현사), 요점정리민사소송법(학현사), 생활 속의 법률(개정판), 학현사), 장편소설, 섬에 갇힌 바다(1,2,3)(법영사)
【 주요 논문 】
채권자취소권에 관한 고찰, 이자제한법에 관한 연구,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의 폐지 여부에 대한 고찰, 교회의 분열과 재산귀속관계에 대한 고찰, 부동산유치권 강제집행에 대한 문제점과 입법론적 고찰, 대위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에 대한 입법론적 고찰, 미등기건물에 대한 강제집행상의 문제점 및 입법론적 고찰,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 경매와 담보책임과의 관계 외 다수
